세션을 채우는 고민에서, 더 재밌게 만드는 고민으로
매주 열리는 세션을 지켜낼 수 있던 디테일, 탄토의 보따리
Tanto 🐳 • DevOps Engineer
- 개발 문화
안녕하세요. DevOps 엔지니어이자 데브 세션팀에서 디테일 담당 탄토입니다.
데브 세션이 5년 넘게 매주 이어지고 있습니다. 밖에서 보면 그냥 자연스럽게 잘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사실 매주 세션이 열리기까지는 눈에 보이지 않는 소소한 디테일이 꽤 많습니다. 저는 세션 운영팀에서 "디테일을 챙겨주는 수호신"이라는 별명이 있는데요, 지금까지 발표만 27번 했습니다. 급하게 빈자리를 메운 발표도 있었고, 시리즈 강의도 있었고, 보안 이슈가 터져서 긴급하게 공유한 것도 있었습니다.
오늘은 이 27번의 발표와 함께 데브 세션 초창기를 지켜내며 있었던 고민과 에피소드를 보따리처럼 풀어보려 합니다.
5년 유지를 위한 구조의 고민
세션을 운영하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발표자분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것이었습니다. 발표가 끝나면 구글 설문지로 피드백을 요청했는데요. 세션이 실제로 본인에게 도움이 되는지, 어떤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는지 같은 걸 여쭤봤습니다.
결과는 꽤 명확했습니다. 대부분 세션이 도움이 된다고 답해주셨지만, 동시에 준비에 리소스가 많이 들어간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발표할 때 청자가 관심 있어 할 만한 주제인지 아닌지도 고민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발표 내용 자체보다 "이걸 발표해도 되나?" 하는 부담이 더 크셨던 거죠.
그래서 이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여러 가지를 시도했습니다. 가벼운 주제로 짧게 발표해도 괜찮다는 걸 알려드리고, 발표자가 정해지면 미리 커뮤니케이션 해서 분량이나 난이도를 같이 상의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가끔은 제가 직접 가벼운 발표를 하면서 "이 정도로 해도 충분하다"는 걸 자연스럽게 보여드리기도 했고요.
또 하나, 초기에는 발표 보상이 아예 없었습니다. 바쁜 업무 시간을 쪼개서 준비해주시는 건데 아무런 리워드가 없다는 게 좀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작은 것부터 시작해보자는 마음으로 스타벅스 기프트카드 같은 간단한 보상을 마련했습니다. 지금은 이게 발전해서 발표 1회, 4회, 7회, 10회처럼 횟수 마일스톤마다 선물을 드리는 체계가 되었습니다.
사실 처음부터 매주 세션이 채워졌던 건 아닙니다. 초창기에는 발표자를 구하지 못해서 스킵하는 주도 있었고, 한동안은 매주가 아니라 격주로 진행했던 기간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빈도를 줄이더라도 끊기지 않게 이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세션이 휘발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회사 노션에 아카이브 페이지를 만들어서 발표 자료를 모아두었고, 구글 미트로 세션을 녹화해서 참석하지 못한 분들도 다시 볼 수 있도록 내부 그룹방에 공유했습니다. 발표가 한 번 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남아서 계속 참고할 수 있는 자산이 되길 바랐거든요.
세션을 채우는 고민에서, 더 재밌게 만드는 고민으로
2023년부터 1년간 휴직을 하게 되었습니다. 휴직 전만 해도 매주 "이번 주에도 세션을 열 수 있을까?"를 걱정하던 시기였습니다. 그런데 1년 뒤 돌아와 보니 분위기가 꽤 달라져 있었습니다. 다른 세션 팀원들의 노력으로 발표자를 구하는 일이 이전보다 안정적으로 자리 잡아 있었거든요.
제가 자리를 비운 동안에도 코일은 꾸준히 세션을 챙겼고, 새롭게 합류한 나비와 기리도 세션을 이어가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주셨습니다. 특히 기리는 사내에서 발표할 만한 이야기가 보이면 직접 발표자를 찾아가 제안하고 꾸준히 독려했습니다. 처음에는 이렇게 누군가가 발표할 이야기를 찾아내고 적극적으로 제안해야 했지만, 이런 노력이 쌓이면서 점차 발표자가 늘고 세션도 안정적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습니다.
휴직 전에는 매주 세션을 여는 것 자체가 목표였다면, 이제는 그다음을 고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발표자 수급에 대한 걱정에서 조금씩 벗어나면서 "세션을 어떻게 더 재밌게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리더분들의 참여를 독려하기도 하고, 운영팀끼리 주기적으로 모여 라이트닝 토크나 주제별 특집 세션처럼 새로운 형식을 논의했습니다.
솔직히 아이디어로 나온 게 전부 실현된 건 아닙니다. 하지만 이전에는 "이번 주 세션을 채울 수 있을까"가 고민이었다면, 이제는 "세션을 어떻게 더 재밌게 할 수 있을까"로 고민의 결이 달라졌습니다. 운영 자체가 한층 풍성해진 느낌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운영팀에도 더 다양한 사람들이 합류했습니다. 핀은 모바일팀에서, 도리는 웹팀에서 각 팀의 이야기를 세션으로 가져와주셨고, 수와 소마는 DevRel 관점에서 세션을 외부 행사와 블로그까지 확장해주셨습니다. 케일린은 촬영과 콘텐츠 제작을, 최근 합류한 바벨은 AI 팀의 새로운 이야기와 인사이트를 더해주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백엔드와 DevOps 엔지니어 두 명으로 시작했던 운영팀이 이제는 모바일, 웹, DevRel, 콘텐츠, AI까지 아우르게 되었습니다. 세션을 유지하는 것에서, 더 풍성하게 만드는 것으로. 발표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운영팀의 시야도 넓어지면서 데브 세션에서 할 수 있는 고민 역시 달라졌습니다.
탄토의 보따리
세션 운영팀 내에서 저한테 붙은 또 다른 별명이 있는데요, "탄토의 보따리"입니다. 발표자가 급하게 필요할 때 저한테 부탁하면 항상 준비된 주제가 하나씩 있었거든요. 평소에 공유하면 좋겠다 싶은 걸 머릿속에 쌓아두고 있다가, 필요한 타이밍에 하나씩 꺼내는 식이었습니다. 그래서 보따리라는 말이 생긴 것 같아요. 그 보따리를 여기서 한번 풀어보겠습니다. 돌아보니 27번의 발표가 몇 가지 유형으로 나뉘더라고요.
보따리 1 — 교육자: Kubernetes 시리즈
입사하고 얼마 안 됐을 때, Docker 입문부터 시작해서 Kubernetes #4까지 총 6회에 걸친 시리즈 발표를 했습니다. 주니어 시절이라 온보딩 과정에서 Kubernetes를 공부하면서 그걸 팀 내에 공유하는 식으로 진행한 건데요, 돌이켜보면 이게 꽤 의미 있는 시도였습니다.
당시 팀에 컨테이너나 쿠버네티스 경험이 많지 않은 분들도 계셨고, 저도 배우는 입장이다 보니 설명이 오히려 초심자 눈높이에 맞았던 것 같습니다. "잘 아는 사람이 어려운 걸 쉽게 설명하는 것"도 좋지만, "같이 배우는 사람이 방금 이해한 걸 바로 공유하는 것"도 나름의 장점이 있더라고요.
이 시리즈가 세션에서 연속 강의 형태의 첫 사례이기도 했습니다.
보따리 2 — 소방수: 빈자리를 메운 이슈 공유
개발환경 Database 복구 히스토리, PSQL AutoVacuum 이슈, collate 이슈, 서브도메인 이슈 등 — 제 발표 목록을 보면 이런 이슈 공유가 꽤 많습니다. 사실 이 중 상당수는 발표자가 없는 주에 최근 겪은 이슈를 빠르게 정리해서 채운 것입니다.
예를 들어 개발환경 Database 복구 같은 경우, 주니어분들 입장에서는 "운영 DB에 문제가 생겼다"고 하면 꽤 심각하게 받아들이실 수 있는 주제입니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던 데이터베이스는 테스트 환경이라 실제 서비스에 영향이 있는 건 아니었거든요. 이런 걸 세션에서 한 번 공유해두면 나중에 비슷한 상황을 만났을 때 덜 당황하실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재밌는 건, 이렇게 급하게 준비한 이슈 공유에 오히려 관심을 많이 보여주셨다는 겁니다. 아무래도 실제 업무에서 바로 마주칠 수 있는 내용이다 보니 그랬던 것 같습니다.
보따리 3 — 수호신: 적시에 꺼내는 보안 경보
2021년 말에 Log4Shell이라는 보안 취약점이 전 세계적으로 이슈가 된 적이 있습니다. 자바 생태계 전체가 흔들릴 정도로 임팩트가 큰 버그였는데, 의외로 실제 수정 자체는 어렵지 않은 편이었습니다. 그래서 빠르게 정리해서 "Log4Shell 101"이라는 이름으로 세션에서 공유했습니다. 이런 건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비슷하게 "그 패키지는 위험해!"에서는 무심코 설치할 수 있는 npm 패키지의 보안 위험을, GitOps와 Secret에서는 GitOps 환경에서 민감 정보를 다루는 방법을, Cross-Account IRSA에서는 AWS 서비스 간 권한 관리를 다뤘습니다.
이런 발표를 하다 보니 세션이 단순한 지식 공유를 넘어서 조직의 보안 안테나 같은 역할을 하는 순간이 생기더라고요. 누군가 빠르게 정리해서 알려주면 팀 전체에 같은 수준의 경각심이 생기니까요.
보따리 4 — 빈자리를 채우던 시절에서, 110명의 발표자로
예전에는 발표자가 없는 금요일이면 제 보따리에서 주제를 하나 꺼내 빈자리를 채우곤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제가 그렇게 빈자리를 메워야 하는 일이 많이 줄었습니다.
5년간 데브 세션에서 발표대에 선 사람은 약 110명입니다. 이 중 절반 이상이 1회 발표자인데요, 저는 이 숫자가 오히려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 번이라도 발표대에 서봤다는 건 그 문턱을 넘었다는 뜻이니까요.
발표 주제의 스펙트럼도 넓어졌습니다. 초기에는 백엔드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는데, 지금은 도메인을 가리지 않고, 기술을 넘어 개발 문화까지 다룹니다. 운영팀이 여러 팀을 아우르게 된 만큼 발표대 위의 주제도 같이 넓어진 거죠.
110명의 발표자, 계속 넓어지는 주제, 그리고 마일스톤마다 드리는 선물. 숫자로 보면 하나하나는 소소하지만, 이런 것이 모이면 "발표해볼까?" 하는 마음이 생긴다고 믿고 있습니다.
지식의 비대칭을 해소하는 것, 그게 디테일이다
돌이켜보면 27번의 발표가 딱히 대단한 내용은 아니었습니다. 그냥 제가 알고 있는데 팀은 모르는 것, 주니어분들이 겁먹고 있는데 실은 별것 아닌 것, 지금 공유하면 누군가한테 도움이 될 것 같은 것. 그런 순간을 놓치지 않고 꺼내놓다 보니 어느새 27회가 되어있었습니다.
세션을 5년이나 유지한 비결 같은 게 있냐고 물어보시면, 사실 거창한 전략 같은 건 없었습니다. 이런 작은 디테일이 하나둘 쌓인 것뿐입니다. 근데 신기하게도, 이 디테일이 충분히 모이면 그게 문화가 되더라고요.
Dev Session 시리즈에서 다룰 이야기
👉🏻 세션을 채우는 고민에서, 더 재밌게 만드는 고민으로
(to be continued) 저는 채널 엔지니어링 팀의 세션 샤낭꾼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