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함께 만든 키비주얼과 시네마틱 오프닝 필름

채널콘 2026 디자인 비하인드 두번째

Ember • Brand designer

  • Design / PM

안녕하세요, 브랜드 디자이너 엠버입니다.

지난 6월 4일, 도쿄 TODA HALL에서 CHANNELCON26이 개최되었습니다. "AI IS HERE"라는 컨셉이 4000년 전 메소포타미아 점토판에서 어떻게 출발했는지는 코비의 블로그 1편에서 자세히 다뤘었죠.

저는 키비주얼을 구현한 작업자의 입장에서, 더 디테일한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하나는 행사 전체의 얼굴이 된 키비주얼, 다른 하나는 행사 시작을 여는 45초짜리 오프닝 필름.

이 두 축을 따라, AI와 함께 어디까지 갈 수 있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컨셉 한 줄을 이미지로 옮기는 과정

채널톡 로고에서 가져온 브릿지 모티프와 인류 최초의 고객 불만 이야기는 1편에서 소개되어 있으니, 저는 그 컨셉을 실제 이미지로 구현해 내는 과정에 대해 이야기해 볼게요.

한 줄의 문장으로 정리된 컨셉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4천 년 CS의 종말, AI로 시작되는 완전히 새로운 시대."

하지만 이것을 시각화하는 일은 제법 난이도 높은 상상력을 요구합니다.

점토판은 어떤 색이고 어떤 텍스처인지, 거기 새겨진 글자는 어떤 형태인지, 점토판이 어디서부터 어떻게 부서지는지, "AI다운 빛"은 어떤 색이고 어떤 종류의 광원이며 어느 방향으로 뿜어져 나오는지. 이 모든 디테일을 상상하고 묘사해야 합니다.

원하는 "Dremay Gradient"를 찾기까지 AI와 씨름하며 프롬프트를 다듬어 나갔습니다.

결국 제작자의 머릿속에 구체적이고 정확한 묘사와 가이드가 그려져 있어야,

AI도 평균의 범주를 벗어나 우리 브랜드만의 색깔을 가진 이미지를 만들어 낼 수 있었습니다.

AI와 소통할 수 있는 언어로 번역하기

그렇다면 머릿속에서 그린 이미지를 어떻게 AI가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번역할 수 있을까요?

상상하는 일 자체는 디자이너가 늘 해 오던 영역입니다. 다만 그 상상을 AI에게 정확히 전달하는 일, 더 나아가 AI와 함께 상상의 범위를 한 단계 넓히는 일은 새로운 과제이지요.

먼저 제가 생각하는 AI와 함께 도래할 환상적인 미래를 감각적으로 전달하는 "Dreamy Gradient"에 대한 단서를 찾기 위해 시각적 레퍼런스를 수집했습니다. 그리고 그 레퍼런스들을 뜯어보며 내가 원하는 시각 효과들을 발견해 내고, 그것을 정확한 용어로 언어화하는 과정을 AI와 함께 거쳤습니다.

결국 프롬프트를 작성하는 핵심은 "내가 원하는 시각 효과를 최대한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을 위해 전문적인 용어, 수치, 레퍼런스 이미지를 동원하는 것이지요.

원하는 느낌의 레퍼런스 이미지를 AI에게 전달하면서, Dichroic, Iridescent, Chromatic Bloom등 머티리얼 전문 용어들을 추출하고, 이러한 용어들을 실험해 보면서 내가 원하는 이미지에 적합한 용어들을 찾아가는 식으로 프롬프트를 작성했습니다.

그 이후에는 이미지를 생성해 보며, 수치나 용어들을 다듬고 효과를 추가 혹은 제거하는 과정을 통해 원하는 시각적 방향성을 AI와 함께 확장하고, 또 좁혀나가는 과정을 반복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아주 많은 이미지가 생성되고, 또 탈락되었죠.

"어쩌면 직접 그리는 게 더 나을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머릿속에 그리던 이미지를 정확히 만들어 내는 데에는 수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합니다.

4,000년을 45초에 담는 법

이번 오프닝 필름에서 가장 큰 결정은, 작년 채널콘의 모션그래픽 스타일을 버리고 시네마틱 필름으로 방향을 튼 것이었어요.

생각해 보면 이번 채널콘의 주제는, 4000년의 긴 시간 동안 '상업'이 존재하는 문명이라면 어디에나 통하는 전 지구적 스케일의 이야기잖아요. 모션그래픽으로는 그 무게가 실리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이 이야기의 시간과 공간이 관객을 압도하기를 바랐고, 그러려면 실제 그 시대의 공기가 담긴 화면이 필요했습니다.

2~3초짜리 짧은 영상만 만들어 봤지, 10초가 넘는 스토리가 담긴 영상을 AI로 만들어 본 적은 없었어요. 그래서 이 결정을 내리면서도 마음 한구석은 계속 초조했던 것 같아요.

작업은 이렇게 진행했습니다.

  1. 스토리보드로 시대별 장면을 직접 그린 후

  2. 스토리보드를 기반으로 제작 계획서 작성

  3. 제작 기획서를 기반으로 한 프롬프트를 가지고

    GPT Image 2와 NanoBanana로 각 시대의 스틸 키프레임을 만들고

  4. Higgsfield의 Seedance를 사용해서 모션을 입혔습니다.

각 시대를 대표하는 영상마다 이스터에그처럼 채널톡 로고도 숨겨 뒀고요. 그 덕분에 영상을 컨트롤하기가 좀 더 어려웠지만, 완성된 시퀀스를 보니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습니다.

손으로 그린 오프닝 스토리보드

시퀀스마다 그 시대를 대표하는 화풍, 컬러 팔레트, 카메라 무빙까지 하나하나 컨트롤해야 했기 때문에, 영상 정보를 AI에게 정확히 전달할 문서를 스토리보드 기반으로 먼저 만들었습니다. 프롬프트를 쓸 때마다 불필요한 대화를 주고받지 않고 빠르게 넘어가기 위해서였습니다.

이 문서에서 뽑은 프롬프트로 영상을 생성하고, 아쉬운 부분을 AI에게 피드백하면 그걸 반영해 문서를 업데이트하고, 거기서 또 프롬프트를 뽑는 식으로 작업했습니다. 작업 전에 이렇게 한 번 문서로 정리해 둔 덕분에 추출할 씬이 많아도 제가 헷갈리지 않았고, 기본 틀 위에서 이런저런 실험을 얹어 가며 고도화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달리는 스포츠카의 핸들을 쥐는 일

AI와 함께 일하는 것은 비유하자면 아주 빨리 달리는 스포츠카를 운전하는 것 같습니다.

빠르고, 빠른 만큼 훨씬 멀리 갈 수 있습니다.

상상하던 이미지가 눈앞에 바로 그려질 때의 카타르시스는 이전에는 없었던 새로운 감각입니다. 그 대신 원하는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해 섬세한 컨트롤과 냉정한 판단이 필요합니다. 조금이라도 핸들의 손을 풀거나, 방향을 살짝 잘못 틀면 의도와 다른 방향으로 빠르게 달려나갑니다.

예전에는 이미지를 '만드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썼습니다. 이제는 컨셉과 이미지의 방향을 기획하고, 예리하게 날을 가는 데에 더 많은 에너지를 씁니다. 손이 쓰던 시간이 줄어든 자리를, 판단하고 차별화하는 시간으로 채운 셈입니다.

결국 AI 시대 디자이너에게 가장 중요한 건 본질적인 Why를 놓치지 않고 방향키를 쥐는 일입니다. AI는 아흔아홉 개의 선택지를 순식간에 만들지만, 그중 하나를 고르는 건 결국 사람이니까요.

그 뒤에 남은 것

행사장 불이 꺼지고 오프닝 필름이 재생되던 45초, 관객들의 환호성 뒤에 남은 건 결국 "이걸 내가 만들었다"는 감각이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AI가 개입했지만, 그 핸들을 쥐고 방향을 정한 건 저였으니까요.

물론 제멋대로 날뛰는 AI를 달래느라 진땀도 좀 뺐고, 끝까지 아쉬운 컷도 남았습니다. 하지만 스스로 가보지 못했던 곳으로 한 발짝 더 나아가고, 이전의 한계를 넘어서는 건 정말 짜릿한 경험입니다.

내년 채널콘에서는 한 발짝 더 나아간 모습으로 다시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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