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콘 2026 디자인 비하인드

'와 힙하다' 보다 누구나 '예쁘다' 하는거

코비 • 브랜드 디자이너, 채널에 관한 좋은 경험을 겹겹이 쌓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 Design / PM

안녕하세요. 채널의 브랜드 디자이너 코비입니다.

지난 6월 4일, 일본 도쿄의 긴자에서 <채널콘 2026>이 열렸어요. 채널콘은 채널코퍼레이션이 매년 개최하는 AI-비즈니스 컨퍼런스인데요. 하루 동안 428명의 고객이 함께 했고, 만족도 조사에서는 긍정적인 응답이 98%가 나올만큼 의미있는 시간이었어요.

채널콘은 종합 선물 세트 같은 이벤트예요. AI CoS 같은 신제품을 공개하고, 업계 리더들이 세션도 하고요. 신규 세일즈 기회가 생기고 반가운 기존 고객들과 인사를 나누기도 합니다. 회사 인지도도 올라가면서 채용에도 도움이 되죠.

브랜드 디자인팀은 완성도 높은 행사 경험을 만든다는 목표로, 프로젝트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했습니다. 6개월 넘는 여정 속에서 디자이너로서 신경을 기울인 부분들을 이야기해 보려고 해요.

고객을 중심에 두는 비즈니스 컨퍼런스

매년 <채널콘>의 핵심 주제는 '고객'입니다. 저희는 "Customer Driven" 이라고 표현하는데, 최신 기술과 트렌드를 이야기 하더라도 고객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고객을 중심에 놓고 이야기하자는 의미입니다.

올해 채널콘에서 AI 시대의 Customer Driven(고객 중심)을 강조하는 일본 대표 Jay

2024년 첫번째 채널콘에서 Customer Driven을 말하는 Co-Founder 조쉬

2024년 첫번째 채널콘의 메시지는 <Let's Talk Future>이었습니다. AI의 영향력이 커지던 시점이었고, 앞으로 AI가 몰고 올 변화를 함께 이야기 해보자는 거였죠.

2025년의 메시지는 <AI: Real Cases Only>. 이미 AI 열풍이 뜨거웠고 AI 제품과 사례가 흘러넘쳤습니다. 그만큼 실속 없는 사례도 많았어요. 그럴수록 AI로 진짜 성과를 만든 극소수 기업의 이야기를 듣는 자리를 만들고자 했어요.

2026년 세번째 채널콘은 어떤 메시지를 던지려고 했을까요?

컨셉은 4천 년 전, 인류 최초의 고객 불만으로부터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별점 1점 후기. 영국 박물관에 있습니다.

인류 최초의 고객 불만이 뭔지 아시나요? 4천 년 전 메소포타미아 시대의 유물인데요. 어느 고객이 불량 제품을 받고 판매자에게 항의하는 내용이 담긴 점토판입니다.

고객의 불만이라는 것이 아주 예전부터 있었고, 사실 현대에도 이 모습이 다르지 않죠. 결국 고객과 기업 사이의 커뮤니케이션. 그 안에서 발생하는 문제가 인류의 역사만큼 깊고 오래 되었다는 건데요.

깊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AI 시대. AI로 시작되는 완전히 새로운 고객 커뮤니케이션. 이번 채널콘의 컨셉인 "AI IS HERE"에 담긴 메시지입니다.

와 힙하다 보다 누구나 예쁘다 하는 거

저희 팀의 역할은 이 스토리를 잘 시각화하는 거였어요. 관객의 마음에 남을 한 장짜리 대표 이미지를 잘 만들어야 했죠.

브랜드 디자인팀에는 좋은 디자인에 대한 세 가지 기준이 있어요.

Bold, Clear, Easy

시각적 임팩트가 충분히 있으면서, 명확하고 해석하기 쉬운지.

저희는 시각적인 재미와 상징적인 의미. 둘 다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보편적인 미감을 가지고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지를 중요하게 봐요.

소위 '멋'에 취하는 것을 경계합니다. 소수만 좋아하고 이해할 수 있는 이미지가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멋지다고 느끼고 어떤 의도인지 이해할 수 있는 이미지를 만들고자해요. 시각물이라는 언어로 소통할 때, 이해하기 어려운 언어는 소통의 벽이 될 수 있으니까요.

채널톡이라는 서비스도 소수를 위한 것이 아니거든요. 의류에 비유하자면 디자이너 브랜드보다 유니클로가 되고자 해요.

핵심은 과거와 미래 사이의 대비감

"4천 년 CS의 종말, AI로 시작되는 완전히 새로운 시대."

이 핵심 문장을 중심으로 비주얼을 풀어냈어요.

비주얼 컨셉은 "Dreamy Gradient". 불가능했던 것이 이루어지는 환상적인 미래를 뜻해요. 오래된 벽같은 점토판을 깨고 나오는 희망적인 AI 시대예요. 과거는 어둡게, 미래는 밝게 표현해서 대비감을 주려는 의도였어요. 스마일 브릿지 형태의 미래적인 질감을 멋지게 보여주려고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채널콘의 메인 비주얼, 왼쪽부터 순서대로 2024, 2025, 2026.

채널콘의 비주얼은 시리즈 성격을 유지합니다. 스마일 브릿지가 중심 오브젝트가 되고, 그 위에 행사 타이틀이 올라오는 레이아웃 구조인데요. 행사가 열릴수록 비주얼이 쌓이고, 채널콘의 아이덴티티가 복리로 강화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애플 이벤트 비주얼이 매년 달라지면서도 사과 모양 심볼은 유지되잖아요. 채널콘도 그런 자산을 쌓아가고 싶었어요. 고객들이 애플 이벤트에서 기대하는 요소 중 하나가 포스터라고 생각하거든요.

AI를 어디에 얼마나 어떻게 사용했는지

비주얼 디자인에 AI를 쓰는 것은 당연해졌습니다. 사용 방법과 사용량이 조금씩 다를 뿐이죠. 많은 디자이너들이 작업 초반 아이디어 테스트 목적으로 AI를 사용하는 것 같아요. 저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AI를 사용해서 다양한 테스트 시안을 만들고, 방향성을 빠르게 검증할 수 있었어요.

아이디어를 실험해보고, 괜찮다 싶으면 더 발전을 시켜야 하는데요. 이 과정이 험난해요. 미세한 리터칭을 통해서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작업에 꽤 많은 시간이 걸려요. 어느 정도를 AI가 만들고, 어느 정도를 사람이 만들었을까요? 구체적인 작업 이야기는 2편에서 자세히 풀어볼게요.

모객용 랜딩 페이지는 Framer를 사용해서 만들었어요. AI 도움으로 개발팀의 도움 없이 5일만에 만들 수 있었어요. 레이아웃과 인터랙션까지 AI를 통해 가능하니 시간과 소통 비용을 50% 넘게 줄일 수 있었죠.

channelcon.io 으로 접속하면 실제 랜딩 페이지를 볼 수 있어요

몰입을 키우는 장치들

행사장 입구부터 메인 홀까지 가는 길에 30m 길이의 복도가 있었어요. 여기에 CS의 역사를 보여주는 월을 설치하기로 했어요. 고객이 메인 홀로 걸어가며 자연스럽게 전시를 보며 행사 컨셉에 몰입할 수 있게 하려는 의도였죠.

메소포타미아의 고객 불만에서 출발해서 르네상스 시대, 에도 시대, 그리고 PC와 콜센터 시대를 지나며 고객과 기업의 커뮤니케이션이 어떻게 바뀌게 되었는지. 다가오는 미래는 어떤 내용인지를 연대기 스타일로 풀어냈어요.

그래픽 대부분은 AI로 만들었습니다. 텍스트 작성과 검수에도 AI를 적극 사용했구요. 덕분에 제작 비용이 절반 넘게 줄었다고 느꼈어요.

행사 시작에 임팩트를 주는 오프닝 필름

무엇이든 시작이 중요하잖아요. 오프닝 영상은 행사의 첫인상과 분위기를 결정하는 중요한 장치예요. 오프닝에서 몰입감과 분위기를 잘 잡아두면 첫 발표자도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거든요.

시네마틱 오프닝 필름은 모두 AI로 만들었어요.

행사 시작 전 10초 카운트다운으로 몰입감을 고조시키고, 과거로 시간을 되감는 컨셉이었어요. 초반에는 4천 년 전 메소포타미아 시대에서 출발합니다. 그리고 르네상스, 에도 시대를 지나 AI 시대로 넘어오는 고객 상담의 역사를 보여줬어요.

그리고 "고객"이라는 글자를 여러 언어로 매치컷하며 넘어가요. Customer Driven이라는 가치에는 국가의 경계가 없다는 메세지를 담았어요. AI 시대일수록 오히려 고객에게 더 집중해야 한다는 뜻도 있고요. 마지막엔 메소포타미아 점토판이 깨져요. 새로운 시대가 왔음을 알리는 장면이었죠.

다양한 언어로 쓰인 "고객" 매치컷 화면. 모두 AI로 생성.

일본 고객을 위해 한 번 더 고민한 디테일

서태석 라쿠텐 한국 지사장님은 이런 말씀을 해주셨어요.

중국 고객은 큰 그림의 한 문장. 한국 고객은 적당한 사이즈의 그림과 적당한 설명. 일본 고객은 아주 작은 그림이지만 매우 구체적인 설명이 있어야 받아들여줘요.

맞는 것 같아요. 일본 연사들의 프레젠테이션을 보면 대부분 글자가 빼곡한 경우가 많습니다. 어느 일본 팀원분이 말하길, 일본 고객은 텍스트가 너무 없으면 일종의 불안함을 느낀다고 해요. 어느 정도 분량의 텍스트가 있어야 신뢰가 간다는 거죠.

많은 디자이너가 심플함을 사랑합니다. 하지만 디자인은 결국 그것을 받는 사람, 즉 고객에게 와닿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디자인적인 여백이 정보 부족이 될 수 있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행사의 광고, 발표 자료, 리플렛을 만들면서 의도적으로 일정한 정도의 텍스트 밀도를 채우려고 했어요.

심리적인 부분 말고 기술적인 차이도 있는데요. 바로 한자의 형태. 일본식 한자와 한국식 한자는 미묘하게 달라요. 만약 한국식 한자를 사용하게되면 일본 고객에게는 어색하게 보이고, 자료 전체의 신뢰감이 뚝 떨어진대요.

저는 한국인이라 한자를 검수하기 어려웠어요. 이건 AI도 잘 잡지 못 하더라고요. 수시로 일본팀 동료의 도움으로 여러번 검수했었어요. 그래도 계속 어디선가 어색한 한자가 자꾸 나오긴 했습니다.

아직 해보고 싶은 게 많아요

이번 채널콘은 세 번째 컨퍼런스였어요. 첫 해외 개최였고요. 여러 시행착오가 있었어요. 하지만 큰 행사의 디자인을 맡을 수 있다는 건 디자이너로서 무척 즐거운 일이었습니다.

규모가 큰 만큼 협업이 중요했어요.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도 다시 느꼈습니다. 무엇보다 과정이 짧지 않기 때문에 중간에 지치지 않는 것이 제일 중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아직 더 해보고 싶은 게 많아요. 귀한 시간을 내어 와주신 분들에게 행사를 오래 기억할 수 있도록, 물리적으로 남는 무언가도 준비해보고 싶습니다.

엔딩도 오프닝만큼 중요하지만 늘 여력이 부족해 충분히 챙기지 못했어요. 끝인상도 첫인상 못지않게 중요하니까 다음엔 엔딩도 오프닝만큼 잘 챙겨보고 싶네요.

비슷한 행사를 준비하는 팀이라면, 궁금한 점이 있으시다면, 채널 브랜드 디자인팀에게 티타임을 신청해주세요. 이메일은 design@channel.io입니다. 언제나 환영합니다!

세번째 채널콘을 마친 글로벌 원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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